
왜 그랬을까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돌이켜보면 나는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셨다.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보아야 했다. 병원비는 계속 들어갔고 집안 형편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어머니는 기적처럼 회복되셨지만 삶은 곧바로 나아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업을 시작하셨다가 사기를 당하셨고, 우리 집은 다시 어려움 속으로 들어갔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 우리 집은 늘 돈이 부족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신학교에 갔다.
신문 배달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용돈이 없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빵 하나라도 사먹게 되는데, 손에 쥔 돈이 없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새벽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어두운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돌았다. 3개월을 그렇게 했다.
그런데 항상 2~3집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분명히 배달했는데, 못 받았다고 했다. 신문소 소장에게 욕을 먹었다. 알바비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억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성실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약자는 억울해도 말할 곳이 없다는 것을.
가난은 낭만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관심은 돈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 중학교 3학년 때 무너졌던 선교사 가정. 설교 본문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던 강단. 기도하는 사람들의 삶에 찾아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
나는 돈보다 그런 질문들이 더 궁금했다.
왜 사람은 고통을 겪는가. 왜 하나님은 침묵하시는가. 진리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가.
당시의 나는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아니라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게 되면 삶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믿었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영혼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학교에 갔다.



무력한 존재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내 인생의 뿌리가 되었다.
성경을 사랑하게 되었고,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고,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돈을 너무 몰랐다.
목회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미루는 사람.
자녀 교육비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부모.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아 불안해하는 어르신.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은 가장.
그들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기도는 할 수 있었다. 위로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삶은 때때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서 건넬 손이 없었다.
그 무기력함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시 공부하고 있다.
사회복지를 배우고 있다. 보험을 배우고 있다. 재정과 노후와 위험관리를 배우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영혼의 중요성을 배워야 했고, 지금의 나는 삶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영혼과 삶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믿음과 현실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이제는 땅도 함께 바라보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의 공부는 신학교를 부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신학교에서 시작된 질문을 완성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가난했던 내가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고 신학교에 간 이유는 분명했다.
진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금융을 공부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진리가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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