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8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장례식지역교회를 섬기며 수많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위로예배, 입관예배, 발인예배, 하관예배에서내가 보았던 것은 죽음이라는 사건만이 아니었다.그분이 평생 걸어온 삶의 흔적이었다.어떤 분은 자녀들이 눈물로 배웅했다.어떤 분은 교회 성도들이 빈소를 가득 채웠다.어떤 분은 마지막까지 가족의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죽음 앞에 서면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드러난다.병원에서 일하는 지금도 나는 매일 죽음의 문턱을 지나는 사람들을 만난다.그리고 점점 깨닫게 된다.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병실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퇴원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어제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중환자실에 들어온 사람.갑작스러운 진단을 받은 사람.예상하지 못.. 2026. 6. 14.
병원에서 배운 심근경색 길라잡이 심근경색 증상, 가슴 통증이 없어도 의심해야 하는 이유얼마 전 병원에서 한 보호자를 만났다.남편이 갑자기 명치가 답답하고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체한 줄 알았다고 한다. 소화제를 먹고 쉬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식은땀이 나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그제야 병원을 찾았다.다행히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보호자는 연신 같은 말을 반복했다."설마 심장 문제일 줄은 몰랐어요."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말이기도 하다.많은 사람들은 심근경색을 드라마 속 장면처럼 생각한다.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실제 심근경색은 생각보다 평범한 얼굴로 찾아온다.그래서 더 위험하다.심근경색, 정확히 무엇일까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 2026. 6. 14.
병원에서 배운 치매 길라잡이 기억이 사라지는 시간에도 사랑은 남는다병원에서 일하며 가장 마음이 아픈 순간 가운데 하나는 어제까지 나를 알아보던 분이 오늘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다."목사님 오셨어요."반갑게 인사하시던 분이 어느 날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본다.순간 마음이 먹먹해진다.그런데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아플까.치매는 단순히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 아니다.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세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병이다.그리고 그 과정을 가족들이 함께 견뎌야 하는 병이다.치매는 노화가 아니라 질병이다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나이가 들면 다 깜빡깜빡하지."물론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떨어질 수 있다.하지만 치매는 단순한 건망증과 다르다.건망증은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것이다.치매는 열.. 2026. 6. 13.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운가 외로운 사람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외로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그런데 이상한 사실이 하나 있다.혼자 있는 사람이 가장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오히려 가족이 곁에 있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자녀가 있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교회를 오래 다녔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반대로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은 사람도 있다.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운 것일까.시골교회 할머니가 내게 가르쳐 준 것예전에 시골교회를 섬길 때였다.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많았다.자녀들은 도시로 떠났고, 명절에나 한 번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처음에는 그분들이 가장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할머니들은 생각보다 밝았다.매일 매일.. 2026. 6. 13.
왜 사람은 아프고 나서야 건강을 생각할까 정말 건강한 사람이었는데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저 사람은 원래 건강했어요."이번에도 그랬다.50대 남성 환자였다.곁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감기도 잘 안 걸리는 사람이에요.""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요.""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어요."아내의 말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건강하다고 믿었던 사람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건강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그분은 인쇄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마감이 있으면 밤을 새우는 일도 잦았다.야식도 자주 먹었다.건강검진은 형식적으로 받았고 몸 관리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담배도 많이 피우는 편은 아니었다.식사 후 전자담배를 피우는 정도라고 했다.그렇게 살아도 별문제가 없었다.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그.. 2026. 6. 12.
병원에서 배운 뇌경색 길라잡이 뇌경색 병원에서 만난 한 가족이 내게 남긴 질문"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어요."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그날도 비슷했다.보호자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아침까지는 괜찮았는데요.""전화도 했는데요.""점심 먹고 갑자기 이상해졌어요."불과 몇 시간 전까지 평범한 하루를 살던 사람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말이 어눌해졌다.한쪽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걷지도 못했다.진단은 뇌경색이었다.보호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사실 나도 병원에서 일하기 전에는 뇌경색을 그렇게 생각했다.갑자기 찾아오는 병.운이 나쁘면 걸리는 병.그런데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뇌경색은 갑자기 나타날 수는 있어도 갑자기 만들어지는 병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뇌경색은 무엇인가뇌경색은 뇌혈관.. 2026.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