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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질문들

나 어떻게 해? (삶을 지키는 생애설계 이야기)

by iamyourlifeguardian 2026. 6. 8.

오늘도 그 사람을 만났다.

지금까지 수없이 만났던 그 사람이다.

발 디딜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중에 떠 있는 사람들.

바닥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초등학교 5학년 가을이었다.

어머니가 연탄을 나르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셨다.

5층에서 4층까지. 오랫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을 찾아다니셨다.

큰 병원도 가보고, 좋다는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병원비는 계속 나갔고, 집안 형편은 무너져 갔다.

그때 우리 가족은 깊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디에도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회복되셨다. 어머니의 여고 친구들이 찾아와 복음을 전했고, 함께 기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락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어머니가 새벽기도를 가실 정도로 일어나셨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 가족은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나는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

하지만 삶의 어려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업을 시작하셨다가 사기를 당하셨다. 우리 집은 다시 깊은 어려움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늘 같은 말이 들려왔다.

"기도합시다. 하나님이 도와주실 것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도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기도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한 가지는 느껴졌다.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과, 삶이 힘들다는 것은 동시에 사실이라는 것을.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친구가 갑자기 코피를 쏟으며 병원에 입원했다.

백혈병이었다.

홀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며 키우던 친구였다. 우리는 기도했다.

몇 달 후 친구는 퇴원했고, 사람들은 하나님이 고쳐주셨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다음 해 봄,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어떤 사람은 회복되고, 어떤 사람은 떠나는 것일까.

그 질문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


중학교 3학년 무렵, 내게 제자훈련을 해주셨던 전도사님이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해외로 나가셨다.

그런데 몇 년 후 사모님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선교사님의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공동체는 기도했다. 사람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그 가정은 공중에 떠 버렸다.

누군가는 의료적 도움을 연결해 주어야 했고, 누군가는 생활을 돌보아야 했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붙들어 주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장면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고3, 수능시험을 보고 신학교에 갔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면 삶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영혼의 구원이 먹고 사는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회자가 되어 현장에 서자, 또 다른 현실을 만났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성도.

학원비가 없어 자녀에게 미안해하는 부모.

사업 자금이 없어 무너지는 가장.

노후 준비가 없어 불안 속에 살아가는 어르신.

어머니 치아 치료를 제때 해드리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성도.

그들과 함께 울었고, 함께 기도했다. 사실 나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눈물이 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기도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기도는 필요하다. 말씀도 필요하다. 신앙은 삶의 중심이다.

그러나 사람은 동시에 병원비를 내야 하고, 자녀를 키워야 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삶에는 믿음만큼이나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돌아보면 배울 기회도 있었고, 준비해야 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외면한 채 살아왔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준비했다면. 누군가에게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지금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사회복지를 배우고 있다. 보험을 배우고 있다. 생애설계를 공부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싶지 않다.

삶이 무너질 때, 질병이 찾아올 때, 은퇴를 앞두었을 때, 가족을 돌봐야 할 때. 그 순간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을 함께 찾고 싶다.

영혼이 중요하다. 그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육체없는 영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러기에 함께 돌봐야 한다.

말이 닿지 않는 곳에, 손이 있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려 한다.

언젠가 누군가가 삶의 가장 힘든 순간에 공중에 떠 있을 때,

그 곁에서 조용히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