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겨진 사람들
백혈병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친구와 여동생을 키우고 계셨다.
친구는 교회 근처 이층 양옥집 2층 전셋집에 살았고, 나는 교회 근처 작은 양옥집 뒷방 전셋집에 살았다.
우리의 경제 사정이 참 비슷했다.
가난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를 우리는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코피를 쏟았다.
단순한 코피가 아니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명이 밝혀졌다.
백혈병.
교회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목사님도 기도했고, 성도들도 기도했다.
나도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여름이 지나고 어느 날 친구가 퇴원했다. 다시 학교에 나왔다.
다시 교회에 나왔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하나님이 고쳐주셨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몸은 다시 나빠졌다.
그리고 다음 해 봄,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어머니
지금도 그 친구를 떠올리면 한 가지 장면이 늘 이어서 생각난다.
친구의 병. 친구의 죽음.
그리고 그 친구의 어머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 식당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던 어머니.
그리고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병원에서 끝까지 돌보지 못해서 일찍 퇴원을 시켜야 했던 그의 어머니.
사실 그때는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친구의 병은 단지 한 아이의 질병이 아니었다. 한 가정 전체의 고통이었다.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했을까.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했을까.
남겨진 여동생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그 어머니는 밤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때는 너무 어렸다.

나를 따라 다니는 질문
세월이 흐른 후 목회자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병든 사람들을 만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품었던 질문은 죽음에 대한 질문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사람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왜 어떤 가정은 위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가.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붙들어 줄 수 있는가.
어쩌면 친구의 죽음보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이었는지도 모른다.
기도는 했지만 도울 수는 없었다.
걱정은 했지만 붙들어 줄 수는 없었다.
마음은 있었지만 방법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 친구는 짧은 생을 살았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그 친구가 남긴 질문 앞에 서 있다.
사람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기도하고,
위로하고,
그리고
거기까지인가...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붙들어 줄 수 있는가.
나는 아직 그 답을 찾는 중이다.
......
오늘도 나는 병원에서,
수술실에서 환자들을 붙들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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