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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배움20

병원에서 배운 황반변성 눈보다 먼저 잃어버리는 것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질병을 만난다.암을 만나고, 뇌졸중을 만나고, 심장병을 만난다.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질병이 있다.바로 황반변성이다.어느 날 외래에 오신 한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다.검사를 마친 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오시는데 표정이 무척 어두워 보였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많이 걱정되시나 봅니다."그러자 그분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씀하셨다."목사님, 눈이 안 보이면 책을 못 읽는 것도 문제지만..."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셨다."손주 얼굴을 못 보게 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그 말을 듣는 순간 황반변성이 왜 무서운 질병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황반변성은 단순히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 아니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2026. 6. 21.
병원에서 배운 여성 건강 길라잡이 "괜찮겠지"라는 말 뒤에 숨겨진 신호들병원 예배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어떤 사람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러 오고,어떤 사람은 수술을 앞두고 찾아오며,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돌아간다.얼마 전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예배실 한쪽에 앉아 꽤 오랫동안 기도하며 흐느끼고 계신 여성분이었다.처음에는 가족의 병환 때문인가 생각했다.혹은 다른 힘든 사정이 있으신가 싶었다.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대신 생수 한 병과 티슈를 조용히 옆에 두고 나왔다.한참 뒤 그분이 원목실을 찾아오셨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너무 오래 혼자 견디고 있었다그분은 생리 과다 출혈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사실 출혈은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었다.예전부터 반복적으로 있었지만,"피곤해서 그.. 2026. 6. 20.
병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 코드 블루, 그리고 4분의 용기병원 복도를 걷다 보면 가끔 모든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방송이 울린다."코드 블루(Code Blue), 코드 블루(Code Blue), ○○앞 코드 블루."그 짧은 한 문장이 들리는 순간 병원의 공기는 순식간에 바뀐다.평온하던 병동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장 긴박한 현장이 된다.의사와 간호사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간다.누군가는 응급약을 준비하고,누군가는 제세동기를 가져오고,누군가는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그리고 그 현장 한가운데에는 지금 막 생명의 경계선에 선 한 사람이 있다.병원에서 일하며 나는 여러 차례 코드 블루 현장을 지켜보았다.그리고 그곳에서 심폐소생술이라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그것은 생명의 연약함이었고,동시에 생명의 놀라운 강인함이었다.. 2026. 6. 19.
병원에서 배운 사망 이후 행정절차 남겨진 이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이런 장면을 본다.임종을 지킨 가족들이 아직 눈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병원 복도에서 휴대폰을 붙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다.장례식장을 알아봐야 하고,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하고,보험회사에 연락해야 하고,은행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죽음은 끝났지만,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은 다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잘 죽는 것만이 아니라,남겨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고.슬픔보다 먼저 찾아오는 현실사람들은 죽음을 이야기할 때 장례를 떠올린다.하지만 실제로 가족들이 가장 많이 당황하는 것은 장례 이후다... 2026. 6. 18.
병원에서 배운 간병 길라잡이 긴 터널을 걷는 당신에게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환자보다 더 지쳐 보이는 사람들을 만난다.바로 보호자들이다.병실 한쪽 간이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사람들.환자가 잠들어 있을 때도 보호자는 잠들지 못한다.환자가 아프면 함께 아프고,환자가 불안하면 함께 불안해진다.그래서 병원에서 오래 일할수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어쩌면 병실에는 한 명의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침대 위에 환자가 있다면,그 곁에는 또 다른 환자인 보호자가 있다.사람은 왜 누군가를 돌보게 되는가간병은 참 이상한 일이다.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시작하지만,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만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된다.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칠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한다.몇 주도 견딜 수 있을 것.. 2026. 6. 16.
병원에서 배운 심근경색 길라잡이 심근경색 증상, 가슴 통증이 없어도 의심해야 하는 이유얼마 전 병원에서 한 보호자를 만났다.남편이 갑자기 명치가 답답하고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체한 줄 알았다고 한다. 소화제를 먹고 쉬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식은땀이 나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그제야 병원을 찾았다.다행히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보호자는 연신 같은 말을 반복했다."설마 심장 문제일 줄은 몰랐어요."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말이기도 하다.많은 사람들은 심근경색을 드라마 속 장면처럼 생각한다.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실제 심근경색은 생각보다 평범한 얼굴로 찾아온다.그래서 더 위험하다.심근경색, 정확히 무엇일까심장은 하루도 쉬지 않.. 2026.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