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겠지"라는 말 뒤에 숨겨진 신호들
병원 예배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러 오고,
어떤 사람은 수술을 앞두고 찾아오며,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돌아간다.
얼마 전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예배실 한쪽에 앉아 꽤 오랫동안 기도하며 흐느끼고 계신 여성분이었다.
처음에는 가족의 병환 때문인가 생각했다.
혹은 다른 힘든 사정이 있으신가 싶었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생수 한 병과 티슈를 조용히 옆에 두고 나왔다.
한참 뒤 그분이 원목실을 찾아오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셨다.
너무 오래 혼자 견디고 있었다
그분은 생리 과다 출혈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출혈은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반복적으로 있었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보다."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닐 거야."
하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병원에 가기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혹시 검사를 했는데 큰 병이 나오면 어떡하나.
그 두려움 때문에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친한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견디고 있었다.
그러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말했다고 한다.
"그냥 참지 말고 검진 한번 받아보세요."
그 말에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자궁근종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과다 출혈의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궁내막의 상태도 살펴봐야 하고,
자궁근종 역시 어떤 상태인지 더 자세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기다림이 더 힘들 때가 있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검사를 받을 때보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검사를 받기로 결심하는 것도 어렵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또 다른 싸움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혹시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한다.
밤에는 괜찮다가도 새벽이 되면 불안이 밀려온다.
그날 예배실에서 흘렸던 눈물은
어쩌면 병 때문이라기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기다림과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몸은 생각보다 오래 참아준다
병원에서 일하며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오래 참아준다.
문제는 그 인내가 우리를 안심시킨다는 것이다.
조금 불편해도 일은 할 수 있고,
조금 힘들어도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아직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생리 과다 출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증상이 아니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 질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문제도,
오랜 시간 방치하면 더 복잡한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다.

여성의 건강은 삶의 자산이다
나는 요즘 생애설계와 자산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산이라고 하면 집과 통장,
주식과 보험을 떠올린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른 사실을 가르쳐 준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건강이다.
특히 여성들은
부모를 돌보고,
배우자를 돌보고,
자녀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은 가장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이 무너지면
그동안 자신이 지켜왔던 모든 것도 함께 흔들린다.
건강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사랑이다.
병보다 더 큰 적은 두려움이다
그 여성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남았던 것은
자궁근종이라는 진단명이 아니었다.
두려움이었다.
혹시 큰 병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그래서 병원을 미루게 되는 두려움.
하지만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배운 것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방치다.
진단은 현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현실을 확인해야 치료도 시작된다.
두려움 때문에 검사를 미루는 것은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눈을 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질문
그날 예배실에서 눈물을 흘리던 여성분은
돌아가며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려고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건강뿐 아니라 삶의 여러 문제 앞에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신호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가?"
"나는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있는 중요한 일이 없는가?"
"내가 오늘 내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실천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같은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몸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
그리고 건강을 돌보는 일은 결국 내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
혹시 지금도 "괜찮겠지"라고 말하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미루고 있다면,
오늘만큼은 잠시 멈추어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쩌면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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