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사람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외로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이상한 사실이 하나 있다.
혼자 있는 사람이 가장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가족이 곁에 있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
자녀가 있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
교회를 오래 다녔는데도 외로운 사람이 있다.
반대로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운 것일까.
시골교회 할머니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예전에 시골교회를 섬길 때였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많았다.
자녀들은 도시로 떠났고, 명절에나 한 번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가장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할머니들은 생각보다 밝았다.
매일 매일 뭔가를 한다는 것,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세상에서 완전히 끊어졌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사람은 혼자 살아서 외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병원은 조금 달랐다.
병실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보호자도 있었다.
면회도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
불치병 진단을 받은 사람.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
그들의 표정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가족은 걱정한다.
친구는 위로한다.
교회는 기도한다.
하지만 정작 그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도 자신이다.
그래서 사람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실습에서 배운 것
장애인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할 때였다.
전신지체 장애인을 돌보는 현장에 나간 적이 있다.
휠체어를 밀고,
식사를 돕고,
일상생활을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느꼈다.
사람은 도움을 받는 것 자체 때문에 외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짐이 되었다고 느낄 때 외로워진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때 사람은 단순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를 느낀다.
나는 그 순간의 외로움을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외로움의 진짜 얼굴
목회를 하며,
복지 현장을 경험하며,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더 외롭다.
가난도 그렇다.
질병도 그렇다.
노후도 그렇다.
실직도 그렇다.
곁에 사람이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느낄 때 사람은 깊은 외로움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외로움은 관계의 숫자와 비례하지 않는다.
외로움은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손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이유도,
보험을 배우게 된 이유도,
생애설계를 공부하게 된 이유도 결국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붙들어 줄 수 있는가.
기도는 중요하다.
말씀도 중요하다.
믿음은 삶의 중심이다.
하지만 때로는 기도와 함께 병원비를 감당할 방법이 필요하다.
노후를 준비할 지혜가 필요하다.
돌봄을 연결해 줄 제도가 필요하다.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질문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운가.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시골교회의 어르신들,
장애인 활동지원사 현장에서 만난 분들을 떠올리며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자신의 고통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가장 외롭다.
그래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만이 아니다.
곁에 있어 주는 것이다.
그냥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사람이 다시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다.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
내 곁에는 내가 힘들 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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