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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우리 그리고 질문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일들

by iamyourlifeguardian 2026. 6. 12.

혼자서는 장을 볼 수 없게 된 날

교회 옆에 살던 할머니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있는 교회에서 사역하던 시절이었다.

교회 바로 옆에는 경기 행복 주택이라는 이름의 주거단지가 있었다.

독거 노인들, 싱글맘들, 청년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었다.

교회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몇몇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그중 한 할머니와 조금 가까워지게 되었다.

할머니는 오래전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했다.

그 사고로 장애 등급도 받으셨다.

하지만 장애인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고 계셨다.

남편이 계셨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남편이 함께 해주었다.

병원도 같이 가고, 장도 같이 보고, 무거운 물건도 들어주었다.

그러니 굳이 도움을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


남편이 떠난 뒤

그런데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 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혼자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트에 가는 일.

생수를 사 오는 일.

병원에 다녀오는 일.

집 안의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

예전에는 당연하게 하던 일들이 하나둘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마트에 함께 가달라고 하셨다.

또 어느 날은 병원에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때로는 쌀포대나 생수 묶음을 옮겨드리기도 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할머니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 있었다.


평범한 일이 어려워지는 순간

그때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언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까.

대단한 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혼자 가기 어려울 때.

무거운 물건 하나를 옮기기 힘들 때.

장보러 가는 일조차 부담이 될 때.

삶은 어느 순간에 그런 아주 평범한 일들이 불편함으로, 어려움으로, 버거움으로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교통사고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장애가 남는다.

그리고 그 장애는 평생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장애를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이 앞으로도 장애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건강하다는 것이 앞으로도 건강하다는 뜻도 아니다.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이 항상 내 곁을 지켜줄 수도 없다.


결국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산다

그 할머니를 떠올리면 특별한 사건보다도 평범한 부탁들이 먼저 생각난다.

"마트 좀 같이 가줄래요?"

"병원 좀 같이 가줄 수 있어요?"

"이것 좀 옮겨줄 수 있어요?"

그 부탁들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혼자 남겨진 사람, 장애인의 하루, 노년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흔히 독립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을 조금만 오래 살아보면 알게 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만남은 내게 작은 씨앗 같은 경험이었다.

그때는 사회복지를 공부할 생각도 없었고,

장애인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보험이나 생애설계를 공부하게 될 줄도 몰랐다.

그저 교회 옆에 사는 할머니를 조금 도와드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이런 그런 경험들이 내 안에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다.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질문이 지금까지 나를 여기로 데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