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찾아온 병 앞에서, 한 가족이 경험하는 것들
예배실에서 만난 어머니
병원 원목으로 일하다 보면 예배실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어머니도 그랬다.
처음 만난 이후부터 그녀는 매일 예배실에 들렀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기도노트를 꺼내 딸의 이름을 적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녀와 함께 기도한 지 어느새 20일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동네 병원에서 중환자실까지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대학교를 다니던 딸이 갑자기 열이 심하게 올랐다.
학교를 가지 못했고 집 근처 병원에서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주사도 맞았다. 그런데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온몸에 수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다.
강남의 대학병원으로 왔다. 의사는 진단명을 말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혹은 중독성 표피괴사증.
2차 감염이 발생하기 쉽고 위험하다고 했다. 당장 중환자실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딸은 중환자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 문 밖에 남겨졌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은 약물이나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피부와 점막이 광범위하게 괴사하는 희귀 질환이다.
초기에는 고열, 인후통, 피로감 같은 감기 증상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단순한 감기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다 갑자기 피부에 수포가 생기고 빠르게 번진다. 눈, 입, 기도 점막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전신 피부의 30퍼센트 이상이 벗겨지는 중독성 표피괴사증으로 발전한다.
사망률이 높고 치료가 까다롭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흔하지 않은 병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다.

한 가족에게 찾아온 현실
딸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동안 학기는 흘러갔다.
어머니는 매일 병원으로 왔다. 면회 시간을 기다렸다가 잠깐 들어가 딸의 얼굴을 보고 나왔다.
직장에서 아침 시간 편의를 봐주셔서 면회는 가능하다고.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치료 자체가 비급여과 중환자실 입원비는 하루가 다르게 쌓여간다.
치료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 어머니에게 실손보험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것은 안다.
이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병의 고통은 똑같이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은 다를 수 있다. 그 차이가 때로는 가족 전체를 흔든다.

오늘도 기도하는 어머니
오늘도 그 어머니는 예배실에 들러 기도노트에 딸의 이름을 적고 가셨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질병은 예고하지 않는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까지 학교를 다니던 딸이 오늘 중환자실에 있을 수 있다.
그 순간 우리 곁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기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한다.
기도하는 손 옆에, 준비된 손도 있어야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