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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주말

아내와 함께 우이령 탐방로를 걷다

by 생애설계자 송병민 2026. 9. 13.

부부의 주말

걷지 않던 아내와 함께 우이령을 걸었습니다

2026년 9월 12일 토요일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북한산 우이령길을 걸었다.

처음부터 완주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요즘 아내가 걷는 일이 많지 않아서, 오랜만에 둘이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바람도 쐬자는 마음이었다.

끝까지 걷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전 7시 50분, 집을 나서다

토요일 아침 7시 50분.

집을 나섰다.

송추1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처음 와본 곳이다 보니 주차를 하고 나서부터 조금 어리바리했다.
우이령길은 예약을 해두었지만,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도 다시 찾아봐야 했다.

결국 버스정류장을 찾아 오전 8시 44분 37번 버스를 탔다.

6개 정거장을 지나 내렸는데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처음 가는 곳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

잠깐 헤매다가 보행자 신호기 버튼을 누르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교현탐방지원센터를 찾아갔다.

오전 9시 10분.

드디어 우이령길 걷기가 시작됐다.

사진을 보면 우리가 탔던 버스 안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 좌석, 손잡이, 그리고 앞쪽 전광판.

처음 가는 길이라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어리바리함도 나중에 생각하면 여행의 한 부분이다.

QR코드 때문에 한 번 더 당황했다

우이령길은 미리 탐방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전날 예약을 해두었다.

그런데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화면의 QR코드를 보여주려고 캡처해 둔 사진을 열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QR코드가 인식되지 않았다.

잠깐 당황했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QR코드는 1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캡처해 놓은 화면이 아니라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 내용을 직접 확인해서 나오는 QR코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다시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QR코드를 띄웠다.

이번에는 통과.

이런 것은 처음 우이령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드디어 우이령길을 걷기 시작했다

교현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우이령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등산로와는 조금 달랐다.

길이 넓고 비교적 편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산행이 아닌 것은 아니다.

간혹 차량도 지나가고, 숲길을 따라 계속 걸어야 한다.

아내와 나란히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서는 밥 먹고, 일하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함께 걸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다.

날씨도 이제 한여름과는 달랐다.

9월 중순.

아직 완전한 가을은 아니지만 숲에는 제법 가을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걸으니 땀이 났다.

숲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걷다가 우이령 숲에 대한 안내판을 만났다.

황무지에서 초본류가 자라고, 관목류가 들어오고, 침엽수림을 거쳐 혼효림과 활엽수림으로 변해가는 숲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숲도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한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이령에서 만난 오봉

걷다 보니 전망이 열렸다.

우이령 전망대.

시간은 오전 10시 45분쯤.

그리고 그곳에서 북한산의 오봉을 만났다.

숲 사이로 보이는 산.

그리고 그 위에 솟아 있는 하얀 바위 봉우리.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었다.

그냥 보면 멋있는 바위산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지질의 이야기가 있다.

아내에게 오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다.

이런 사진 하나가 남는다.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면
“그날 우리가 우이령에 갔었지.”

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당겨서 찍어보니 바위 봉우리의 모습이 더 선명했다.

역시 북한산은 바위산이다.

숲 사이로 드러난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가 인상적이었다.

오전 11시, 조금 더 가볼까?

오봉을 보고도 조금 더 걸었다.

우이탐방지원센터 방향이다.

그런데 오전 11시쯤 아내가 말했다.

“요즘 안 걷다가 걸으니까 이것도 힘드네.”

그 말을 듣고 더 갈 것인지 잠시 생각했다.

우이령길 전체를 걸으면 좋겠지만 오늘 꼭 완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바로 결정했다.

“그럼 여기서 돌아가자.”

돌아가는 길에 아까 지나왔던 시설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독특한 구조물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대나무와 나무를 엮어서 경사면을 따라 길게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이 시설의 정확한 공식 명칭은 현장 안내판이나 국립공원공단의 시설 자료를 확인해야겠지만, 사진의 형태로 보아 탐방객의 발길이나 빗물로 인한 토양 훼손을 줄이고 경사면과 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복원·사면 보호 시설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숲을 보호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이 숲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이런 시설을 만들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다시 내려간다

우이탐방지원센터까지 가지 않고 방향을 돌렸다.

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

처음에는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의 목적은 완주가 아니었으니까.

아내가 힘들다고 하는데 굳이 더 걸을 이유가 없다.

다음에 체력이 조금 더 좋아지면 다시 오면 된다.

송추로 돌아와서

산행을 마치고 우리가 버스를 내렸던 곳의 맞은편에서 다시 37번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아침과 달랐다.

한 번 와본 길이라 조금 익숙했다.

푸른마을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를 세워둔 송추1주차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쉬었다.

산에서 내려오면 이상하게 먹을 것이 생각난다.

우리는 메가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샀다.

그리고 근처 단팥빵집에 들렀다.

가게 앞에는 큼지막하게 ‘송추 팥빵 본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팥빵만 먹으려고 했는데 결국 이것저것 골랐다.

단팥빵.

꽈배기.

생크림빵.

대단한 식사는 아니었다.

그냥 커피 한 잔과 빵 몇 개.

그런데 산행을 하고 난 뒤 먹으니 그것도 꽤 맛있었다.

그리고 송추1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완주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주말

이번 우이령길은 완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잘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오랜만에 걷기 시작했는데 무리해서 끝까지 걷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봉도 보았고,

숲길도 걸었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고,

힘들다는 말에 함께 방향을 돌렸고,

마지막에는 커피와 단팥빵도 먹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50대 부부에게 주말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계획했던 코스를 끝까지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

둘이 함께 집을 나서고,
함께 걷고,
힘들면 함께 돌아오고,
커피 한 잔과 빵을 나눠 먹으면 된다.

이번 주말은 그렇게 보냈다.

부부가 함께 걷는다는 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좋은 주말인지도 모르겠다.


📍 9월 12일 우이령 주말 걷기 기록

07:50 집 출발
08:30 송추1주차장 도착
08:44 37번 버스 탑승
09:10 교현탐방지원센터 도착·탐방 시작
10:45경 우이령 전망대에서 오봉 감상
11:00경 아내의 체력을 고려해 되돌아오기로 결정
이후 37번 버스 → 푸른마을아파트 정류장
마무리 아메리카노 + 단팥빵 + 꽈배기 + 생크림빵
귀가 송추1주차장 → 자동차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