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는 놓고 싶지만 아픔은 붙잡고 있는 인간
삶의 현장을 걷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목사님, 용서는 했는데 잊혀지지는 않네요."
어떤 사람은 부모를 용서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배우자를 용서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친구를 용서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사람은 왜 용서를 어려워하는가.
용서는 생각보다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아프게 했다.
누군가 나를 배신했다.
누군가 나를 무시했다.
그러면 인간의 본능은 즉시 반응한다.
억울함.
분노.
복수심.
정당함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사실 용서보다 분노가 더 쉽다.
용서는 본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서는 선택이다.
상처는 기억보다 감정으로 남는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상처는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남기 때문이다.
10년 전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그때 느꼈던 모욕감은 기억한다.
20년 전의 말을 잊어버렸어도
그때 느꼈던 외로움은 남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사건보다 감정을 용서하기 어려워한다.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선한 사람들도 용서를 어려워했다.
왜냐하면 용서는 약한 사람만 어려워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깊이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더 어렵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신뢰가 깊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상처는 미움의 크기만큼 생기지 않는다.
사랑의 크기만큼 생긴다.
우리는 용서를 오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잘못 이해한다.
용서는 잘못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아픈 일이 없었던 척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기억을 지우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이런 말에 가깝다.
"그 일이 나를 평생 지배하도록 두지 않겠습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선물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자유다.
사람은 정의를 원한다
용서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인간은 정의를 원하기 때문이다.
잘못한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느 정도 옳다.
실제로 정의는 중요하다.
문제는 정의를 기다리다가
자신의 인생까지 멈추는 경우다.
상대방은 이미 잊고 살아가는데
나는 여전히 그 상처 속에 갇혀 살아간다.
그때 상처는 감옥이 된다.
가장 어려운 용서는 자신을 향한 용서다
삶의 현장에서 의외로 많이 만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그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종종 타인보다 자신을 더 심하게 정죄한다.
실패.
후회.
실수.
죄책감.
그것들이 평생 마음속에 남는다.
그러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용서는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풀리면 용서하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용서하기로 결정할 때
비로소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감정이 먼저가 아니다.
결단이 먼저다.
그래서 용서는 감정보다 의지에 가깝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병원에서도,
장례식장에서도,
교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인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돈, 성공,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 이야기보다는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이야기한다.
미안했던 사람을 이야기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이야기한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실패보다 관계인 경우가 많다.
용서가 필요한 이유
용서는 과거를 바꾸지 못한다.
상처를 지우지도 못한다.
그러나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
용서는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는 상대를 놓아주는 행위이기 전에
자신을 풀어주는 행위다.
삶의 현장을 걷는 현대의 잠언
사람은 용서를 어려워한다.
왜냐하면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인간은 생각보다 연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서하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에서 자란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은혜가 아니다.
자신을 위한 자유다.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품고도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삶의 질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람은 왜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가 (1) | 2026.06.19 |
|---|---|
| 사람은 왜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는가 (0) | 2026.06.18 |
| 누가 부모를 돌볼 것인가 (0) | 2026.06.18 |
| 사람은 왜 자신을 속이는가 (0) | 2026.06.18 |
| 사람은 왜 외로워하는가 (0) | 202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