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질문들

우리는 왜 서로에게 무관심해졌는가

by iamyourlifeguardian 2026. 6. 19.

따뜻한 사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유가 사라진 것 아닐까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자주 본다.

환자가 병실에 들어온다.

같은 병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모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느 분은 물을 떠다 주고,

어느 분은 보호자가 없으면 식사를 챙겨주고,

어느 분은 퇴원하는 사람에게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가끔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모습도 본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정말 무관심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일까.


우리는 생각보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점점 차가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각종 범죄와 갈등.

혐오와 분열.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은 이기적이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만나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 힘들어하면 다같이 걱정한다.

아픈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족처럼 마음을 쓴다.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여전히 돕고 싶어 한다.

문제는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표현할 힘이 부족한 것이다.


너무 바쁜 세상

예전보다 우리는 훨씬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휴대폰 하나만 열어도 수백 명의 소식을 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사람을 만날 시간은 줄어들었다.

먹고사는 문제.

직장 문제.

건강 문제.

노후 문제.

자녀 문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

그래서 옆 사람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다.

무관심해서가 아니다.

지쳐 있기 때문이다.


관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시골에서 사역할 때였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어느 날 말씀하셨다.

"목사님, 사람들이 찾아오는 게 좋은 게 아니에요."

순간 의아했다.

그런데 이어진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누가 와서 밥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그냥 전화 한 통 해주는 게 더 고마워요."

생각해 보면 그렇다.

사람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잘 지내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요즘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


무관심의 반대말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무관심의 반대말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운 것은 조금 다르다.

무관심의 반대말은 관심이다.

그리고 관심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잠시 멈춰 서는 것이다.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이다.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다.

사랑은 거창한 사건보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

사회복지사,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며,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그리고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많이 확인한 사실이 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살아난다.

좋은 의사도 필요하다.

좋은 약도 필요하다.

좋은 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사람을 붙잡아 주는 것은

대부분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이었다.

"괜찮으세요?"

그 짧은 한마디.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 작은 행동.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 진심 어린 마음.

그것이 사람을 일으킨다.


오늘의 질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부모님의 관심.

선생님의 관심.

친구의 관심.

어쩌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작은 친절.

그 관심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최근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내 주변에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사람은 없는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정책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늘 내가 건네는 한 번의 안부,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관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너무 바빠서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잠시 걸음을 늦추어 보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먼저 물어보자.

"요즘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